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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생들은 왜 '욕'을 입에 달고 사나?
내용 [Why뉴스]학생들은 왜 '욕'을 입에 달고 사나?


노컷뉴스 | 구용회 | 입력 2010.05.19 08:54 |



[CBS사회부 구용회 기자]

요즘 상점이나 청소년 학생들이 있는 곳을 돌아다니다보면 우리 자녀들이 '욕'을 참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절감할 거다. 물론 '욕'이 어제 오늘 문제는 아니다. 이른바, 모 대학의 ' 패륜녀 사건'에서도 문제의 여학생이 학교내 환경 미화원 아주머니에게 욕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데 매우 충격적이다. 청소년들이 왜 '욕'에 중독돼 있는지, '욕'에 무관심하게 된 현실을 짚어보자.


▶모 대학 여학생의 '욕설'사건을 직접 들어보면 '욕설'이 '생활화 돼있다' 싶을 정도로 아주 심하던데?

=아마도 주변에서 욕설을 많이 들어보시겠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대학생들까지도 욕설이 심하구나, 마구 노출돼있구나 하는 점을 느꼈을 것.상대방이 '어른이냐 아니냐', '직업이 뭐냐'를 떠나 '어떻게 하면 우리가 '욕설질을 한다'고 표현하는데 이정도까지 욕설을 쏟아낼 수 있을까하는 충격이 크다.제가 아는 분도 '여대생의 욕설'을 듣고 말 그대로,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얘기를 하더라.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러면 요즘 청소년들이 어떻게 욕을 배우게 되는 건가?

=교사들을 통해 학생들이 어떻게 욕을 습득하고 욕설을 하게 되는지 알아봤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 본 결과, 현재 아이들이 욕을 많이 접하는 시기는 6살-9살 사이로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많이 접한다고 한다. 게임에서 지면 상대방이 욕을 하는데 그 뜻을 모른체 계속 노출되고, 스스로 자기도 욕에중독된다는 것. 특히 가정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 접하면서 욕을 배우게 되고 영화를 통해서도 욕을 알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또 자기 아버지가 자기를 혼낼 때 욕을 해서 욕을 배운다는 학생도 꽤 있었다. 이렇게 배운 욕은 학교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전이가 빠르며 아이들은 욕을 '자연스럽다'할 정도로 많이 사용하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는 것.

▶그러면 왜 아이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대학생까지도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건가?

=우선, 아이들은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위해서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친구들이 욕을 하는데 욕을 안하면 또래 집단에서 나만 약한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또 욕설을 친구들끼리 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동질감'을 느끼고 '상쾌함'마져 갖는다 함.서울 모중학교 이모양(16)은 "욕을 하다보면 일단 말빨도 좀 있어 보이고 할 말 없을 때 그걸로 하면 마무리가 다 되니까 하는 것 같고 말싸움하다보면 또 쾌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3인 이모양(19)도 "욕이 입에 뱄다. 욕을 안 하면 답답한 게 있다. 그거 대신에 뭘 써야할 지 그런 것도 있고 그게 습관돼서 뱄다"라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한편으로 욕이 '자연스럽다'는 아이들 생활속에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욕이 '나쁜 언어'인지도 모르고 부지불식간 일상 생활용어처럼 사용한다는 얘기인데?

=요즘 청소년들은 '욕'을 일종의 '감탄사'로 사용하는 경향도 있다.한 교사는 4층 교실에서 일하는데 축구하는데서 5초당 한번씩 욕을 계속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이 교사는 "욕을 하며 마치 '짜릿함'같은 것을 느낀 듯이 그렇게 '욕을 하더라' 이렇게 설명했다.이렇게 된데는 쪽지나 메신저 등 사이버상에서 '욕'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사이버상에서는 '직접 대면'이 아니기 때문에 '욕'이 오가도 감정 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채팅을 할때도 '욕설'이 금지어로 규정돼 '욕'을 기입하면 "?"가 뜬다. 그래서 대신 사용하는 것이 '개1새1끼'라는 식으로 중간중간 숫자를 넣어서 욕을 사용한다. 또 'ㅅ ㅂ, ㅂ ㅅ'처럼 욕을 자음만으로 축약해 상용하기도 한다.

▶욕을 사용하면서도 욕이 '나쁜 것이다'라는 사실조차 망각한다면 큰 일인데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만약 어른들이 잘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욕을 하지마라'하면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설 수 없는 형편이다. 서울 모중학교 앞에서 14년째 분식집을 운영중인 손 모 할머니(74)는 "우리는 동방예의지국 아냐,그러니까 좋지 않지. 그렇다고 걔네들이 하지마라 하면 '네'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가 뭔데요, 나 보태줬어요' 이러니까 우리는 말 안 하지"라고 개입할 수 없는 현실을 개탄햇다.문제의 핵심은 많은 아이들이 '욕'을 '욕'으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욕'을 '의사소통', 일종의'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실제로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욕의 '어원' , '성적 어원'을 교사가 알려주니까 학생들이 경악하며 '욕을 지저분해서 못쓰겠다'며 줄어드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한다.이번 6.2 교육감 선거에서도 '학생들의 욕문화'에 대한 후보간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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