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마당

부모 세상


정보마당 > 부모 세상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제공
제목 엄마표 교육 성패는 ‘분노 조절’에 있다
내용 [학부모 마음 읽기]엄마표 교육 성패는 ‘분노 조절’에 있다
경향신문 | 손병목 학부모 포털 부모



올해 2학년이 되는 소은이의 엄마는 화를 거의 내지 않는 편이다. 최대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하여 최근 수 년 동안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요즘 그 한계를 느끼고 있다. 화가 나서 폭발 직전까지 간 적이 많았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계속 용인해야 하는 것인지, 화를 내서라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인지 갈등이 심하다. 비록 드러내놓고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미워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 때가 많다. 요즘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러한 갈등과 괴로움의 연속이다. 너무 힘들어하는 소은이 엄마에게 나는 '분노 조절'이 필요하다고 일러주었다. 화를 전혀 내지 않는 소은이 엄마에게 화를 조절하라고 말한 건, 비록 겉으로 화를 내지 않았을 뿐 속으로 끊임없이 화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도현이 엄마의 사례처럼 겉으로 심하게 표출되는 화가 있는가 하면, 소은이 엄마처럼 '소극적' 형태의 분노도 있다. 흔한 표현으로 도현이 엄마는 뒤끝이 없는 유형이고, 소은이 엄마는 뒤끝이 있다. 혹시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씀 드린다. 뒤끝이 없다는 것은 화를 낸 당사자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그 화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는 매우 큰 상처가 남는다. 그 상처가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점에서 뒤끝 없는 분노 표출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매우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다. 이처럼 아이에게 대놓고 화를 자주 내는 부모를 '억압형' 부모라고 한다면, 화를 전혀 내지 않으면서 무조건 받아주는 부모를 '허용형' 부모라고 분류할 수 있다. 억압형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무기력한 성향을 주로 보인다. 무기력하여 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 반면 허용형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충동 억제가 잘 안 되어 버릇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참을성과 집중력이 부족하여 공부 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이 양 극단은 아이에게 분노 조절 방법과 자제력을 키워주지 못해 인성과 학습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자제력은 공부와 매우 직결되는 능력이다. 심리학자 안젤라 덕워드와 마틴 셀리그먼의 실험에 의하면 자제력과 학업 성적 간의 상관계수가 IQ와 학업 성적 간의 상관계수보다 두 배 이상 컸다. IQ보다 자제력이 학업 성적에 두 배 이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만약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IQ를 높이려 노력하기보다 자제력을 키워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아직 통계를 본 적은 없지만 엄마의 지식과 분노 조절 능력이 아이의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면 지식보다는 분노 조절 능력이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수많은 엄마표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비교해 보건대, 엄마표 교육의 성패는 결국 엄마의 분노 조절 능력과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지식과 가르치는 기술은 분노가 적절히 조절되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엄마는 교과 지식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자녀에게 그것을 전달할 수가 없다.

자녀 교육의 최대 적은 다름 아닌 '화'이다. 이를 잘 조절하면 아이의 내적 동기를 높일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우리 아이는 수동적 학습을 하게 된다. 수동적 학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한계를 드러내어 공부의 뒷심을 잃게 만든다. 근래 들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여건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이라면 자습과 인터넷 강의만 제대로 활용하더라도 충분히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마음만 먹으면'이다. 마음을 먹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능력은 공부 기술 이전에 근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그 능력은 별도로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터득하는 성격이자 습관이다. 부모를 통해 적절히 분노를 조절하고 표현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운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학습 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화는 '기대'대로 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실망과 좌절감의 표현이다. 엄마의 머릿속 기대와 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를 볼 때 실망하게 되고, 그것이 화로 표현되는 것이다. 분노 조절은 화를 무조건 참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의 기대를 정확하게 인식하여 화를 줄이는 것이 1차 과제이고, 그래도 생기는 화는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화는 나를 지키고 방어하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나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데는 쓸모가 없다. 도현이 엄마는 화를 줄이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고, 소은이 엄마는 화를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화를 표현한다는 것은 언어를 사용하여 아이에게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한다는 뜻이다. 화가 날 때 '나의 기대는 정당한가?'를 되물어야 하고, 그 기대가 정당하지 않다면 화를 내지 말아야 하며, 만약 그 기대가 정당하다면 화를 적절히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억압적이지도, 무조건 허용적이지도 않은 균형 잡힌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다. 그래서 부모도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파일
맨위로